한 번 잠시 신었다가 너무 불편해서 신발장에서 계속 보관만 하고 있던 슬립온을 버릴까 하다가 뒤가 트여 있는 뮬로 수선을 해 보았습니다.
어차피 잘못돼도 버리면 되겠지 싶어 아무 생각 없이 수선을 하다 보니 살짝 계획에서 어긋났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 공유합니다.
안 신는 슬립온 수선하기
발의 구조가 이상한지 어떤 신발은 참으로 불편한 경우가 많아서 여름에는 주로 슬리퍼, 겨울에는 주로 사이즈가 발보다 살짝 큰 운동화나 부츠를 신는 편입니다. 간혹 편한 슬립온을 찾게 되면 주구장장 그것만 신곤 하는데 그런 신발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이 슬립온은 지하상가를 지나다가 왠지 귀여워서 구입했는데 구입한 지 한 4, 5년 이상 된 것 같아요. 저한테 신발이 크거나 한 것도 아닌데 걸을 때마다 신발이 벗겨지더라고요.(이건 몇 번 통굽 슬립온을 구입해 보고 깨달은 건데 굽이 높지 않더라도 통굽일 경우 뒷부분이 잘 벗겨지는 것 같아요. 통굽은 어느 정도 다 그런 건지, 저의 발 구조상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불편한 신발을 보면 대부분 어느 정도 굽이 있더군요.) 어쨌든 가지고 있어 봤자 계속 보관만 하게 될 듯해서 정리를 할까 하다가 가만히 한참 바라보니 나름 신발이 귀엽더라고요. 그래서 뒤가 자꾸 벗겨지니 뒤를 아예 잘라버리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다만 다 하고 나니 통굽인 경우 뒤가 무거워서 아주 적당하지는 않은 듯해요.)
1. 잘 드는 가위 준비
사실 처음에는 검색해 보니 그렇게 수선을 해 주는 곳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5, 6만 원 정도 하더라고요. 응? 나 이거 신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리고 이거 지하상가에서 산 건데 얼마에 구입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5만 원은 일단 안 넘었던 듯...
그래서 어차피 버릴 거 그냥 제가 해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이걸 하기 위해 가위를 구입했어요. ㅋ 자르다 보면 느끼시겠지만 정말 잘 드는 가위가 필요합니다.
처음에 잘 드는 가위를 구입해야 될 것 같아서 알리를 뒤져보니 어떤 가위는 재단용 가위라고 되어 있지만 그냥 문구 가위 같다는 후기들도 많아서 바느질을 하는 카페에 올라온 후기 사진을 보고 사진으로 그대로 검색을 했답니다.
이 케이스로 된 가위가 잘 든다는 글을 보고 후기에 똑같은 케이스를 찾아서 구입을 했는데 웬걸...
이런 게 왔지 뭡니까? ㅋㅋ 나 왜 며칠 동안 노란 케이스를 불을 켜고 찾은 거니...ㅋ
케이스는 다르지만 정말 잘 듭니다. 가위가 잠자리 가위처럼 무겁지도 않고 만원도 안 하는 금액에 정말 톡톡히 제값을 하는 듯합니다. 청바지도 매우 잘 잘리고 운동화에 엄청 두껍고 딱딱한 종이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도 매우 잘 잘려요.
이거 없었으면 수선 못했을 듯.
2. 원하는 모양대로 자르기
어떤 모양으로 자를지 대충 그려주었어요. 블랙 신발이라 얼마 전 알리에서 구입한 열펜 중 흰색으로 그려주었어요.(그런데 혹시 덜 잘랐으면 나중에 추가로 더 잘라도 되니 처음부터 너무 바짝 자르지는 마세요. 저는 자신만만하게 처음부터 너무 바짝 잘랐다가 완전히 망했어요.ㅋ)
이제 그린 선대로 잘라주세요.
3. 안쪽 제거하기
안쪽에 매우 딱딱한 판? 같은 것이 들어있어요. 겉에 원단은 자르지 않고 이것만 잘 잘라주어야 합니다. 스니커즈의 경우는 없을 텐데 이건 슬립온이나 스펀지도 들어있었어요. 전부 제거해야 합니다.
안쪽까지 모두 잘라주어야 해서 자르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저는 뒤꿈치 부분을 잘라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윗부분만 얇게 잘라주었더니 나중에 두꺼운 부분이 남아 있어서 나중에 그 부분에 바늘이 안 들어가서 다시 추가로 잘라주었어요.
안쪽의 판과, 스펀지도 모두 빼 주었습니다.
4. 꿰매기
안에 있던 내용물을 모두 제거했더니 이런 형태가 되었습니다.
왼쪽처럼 안감과 겉감 두 겹이 남습니다. 이때 오른쪽처럼 양쪽의 원단들을 안쪽으로 접어준 후 같이 꿰매주면 됩니다. (처음에 너무 바짝 자르면 시접 부분이 부족해서 이 과정이 힘들어질 수 있어요.)
이렇게 하면 완성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 이 신발은 안쪽이 가죽인지 레자인지 모르겠으나 안에 판을 자르기 위해 벌리고 잡아당기고 했더니 원단이 상하더라고요. 어쩌면 오래 보관만 해서 원단이 상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방법대로 안으로 접어서 꿰매면 안쪽 부분이 너무 많이 상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예전에 구입해 둔 골테이프를 찾아내서 이걸로 둘레를 둘러주기로 했어요. 신발이 다른 칼라였으면 이 방법도 안 됐을 텐데 블랙이라 다행이죠.
5. 완성
완성입니다. 블랙이라 아무것도 안 보이네요. ㅋ
한 번 신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원래 그랬는데 제가 하도 잡아당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둘레가 좀 큰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옆부분의 고무줄을 오른쪽처럼 조금 줄여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왼쪽처럼 한쪽의 박음질을 뜯어내고, 다시 당겨서 꿰매서 오른쪽처럼 완성을 했습니다.
자 이제 다 되었습니다. 그래도 좀 꿀렁꿀렁하네요.ㅋ
사실 뒷부분을 생각 없이 너무 바짝 잘라내서 테이프가 바닥까지 닿았는데 그냥 다 검정이다 보니 별로 티가 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으면 당겨져서 괜찮습니다. 고무줄을 줄이니 처음에 신었을 때 살짝 당기는 느낌이 있기도 한데 나쁘진 않아요. 전부 검정이라 삐뚤삐뚤한 스티치선도 보이지 않고 나름 괜찮습니다.
버리려다가 그럴싸한 뮬이 하나 탄생했네요. 똥손이 나름 선전했습니다.
급할 것도 없고 망하면 버려도 상관없는 거라 그냥 편하게 시간 될 때마다 TV를 보며 10분, 20분 정도씩 꿰매다 말다 하다 보니 한 2주 걸린 듯합니다.
그리고는 잘 된 듯하여 신나서 바로 신고 나갔는데 몇 번 신어보니 앞서 말한 것처럼 통굽이다 보니 걸을 때 좀 무거운 감이 있네요.
그래도 아예 못 신는 신발을 이 정도 수선해서 몇 번이라도 더 신을 수 있다면 나름 괜찮지 않나요?
구입만 하고 안 신는 신발들이 매우 많아 다음에 수선할 것도 생각해 두었습니다.
혹시나 버리기는 아깝고 신기에는 애매한 스니커즈나 슬립온이 있으면 수선 한 번 해보세요.
(슬립온 보다는 스니커즈가 수선도 쉽고, 수선해도 더 예쁠 것 같습니다.)
+ 실은 퓨마 운동화를 수선할 때 사용한 나일론 실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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